2017년으로 넘어간 1월 1일. 39주 1일.

새벽 4시 30분쯤에 화장실을 다녀온 아내.

자고 있는 나를 깨우면서 드디어 생리통처럼 통증이 오면서 이슬이 비춘다고 한다.

드디어 우리 드림이가 나올 신호를 주는구나~

2017년이 되자 마자 신호를 주니 너무너무 대견스럽고 감사하기만 하다.


2017년 1월 8일 출산 예정, 1월 4일 유도분만 예정.


보통 출산 관련 책을 보니,

초산인 경우 이슬이 비치면 바로 병원에 가지말고 24~72시간 이내에 진통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아내와 나는 확실한 진통이 올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하고 아침 늦게 까지 잠을 청하였다.

그렇게 기대와 설레이는 마음으로 새해 하루를 보내면서, 진통이 좀 더 크게 오면 싸놓은 짐을 챙겨서 바로 나갈 수 있도록 한번 더 확인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오후 5시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내에게 병원에 한번 전화해서 문의해 보라고 하였다.

아내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증상을 설명하니, 병원에서도 천천히 준비해서 오라고 한다.

응급실 또는 분만실에 들어가게 되면 식사도 못하고 아기를 낳기 위해 힘을써야 하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 맛있는 음식을 든든히 먹고 가라는 아기를 낳은 지인분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

아내 역시 깨끗하게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외식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병원과 조리원에서 생활할 짐을 차에 싣고 긴장과 설렘으로 집을 나섰다.

저녁은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민락2지구에 위치한 올리앤으로 가서 눈꽃치즈돈까스와 철판 갈릭 함박스테이크 메뉴 선택.


아내와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저녁 8시쯤 담당 산부인과병원 응급실/분만실에 도착.

나는 복도에서 기다리고 아내 혼자 먼저 출산 기본 검사하러 분만실로 입장.

설렘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기 시작.

기다리는 시간동안 중간중간 어떻게 된 상황인지 궁금하고, 초조하면서 왜이리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지,

30분 정도를 기다려서야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내는 분만실 1인실에서 출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니,

오후 5시쯤 통화했던 간호사가 아내에게 왜이리 늦게왔냐고 한다.

아내는 천천히 와도 된다고 하여 저녁까지 먹고 왔다고 하니, 

간호사가 보통 병원에 오라고 하면 급하게 오는 산모들이 대부분이라 천천히 오라고 한거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통화했던 산모들 중에 제일 긴급했던 산모였다고 하면서, 하도 오지를 않아서 전화를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분만대기실에 들어가기전에 관장을 하고, 분만감시장치를 배에 부착하였고, 내진을 해보니 벌써 2.5센티 열려있다고 한다.

아내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니 아직까지는 그리 심하게 진통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견딜만 하다고 한다.

9시 25분쯤 3센티 열림.

보통은 3센티 정도 열리면 진통을 견디기 힘들어 무통주사를 맞는다고 하는데,

무통주사를 맞으면 진행속도가 더뎌질수도 있다고 한다.

아내는 간호사에게 아직은 견딜만 하다고 하면서 무통주사를 좀 있다가 맞는다고 한다.

잘 견디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대견스러웠다.

그 이후로 간호사는 수시로 방문하여 내진 검사를 한다.

1월 2일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드디어 5센티까지 열리고 아내는 무통주사를 맞기 시작하였다.

무통주사를 맞고서는 2시간동안은 진전이 없었다.

새벽 3시 30분쯤 드디어 내진 10센티 다 열림.

이제 아기가 나오기만 하면 되는데, 아직 내려오지 않는다고 한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

당직하는 의사가 지켜보자고 한다.

4시쯤 다시 찾아온 당직 의사.

태아의 심장 박동수를 체크해 보니 태아가 자연분만을 진행할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제왕절개를 진행하자고 한다.


자궁이 10센티 다 열렸는데, 수술을 하는게 안전할것같다는 의사의 말에, 

나와 아내는 당황스러움을 감출수가 없었지만, 

드림이가 심박수가 떨어지고, 아래로 내려오고 있지를 않기에 시간을 더 끌면 위험해질수 있으니, 

위험해지기 전에 수술을 하자고 하는것이었다. 

당황스러운건 우리 입장이고, 드림이가 위험해질수있다고 하니, 선택의 여지 없이 곧바로 수술하기로 결정하였다. 


나는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왔다. 

그 사이에 아내또한 수술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아내옆에서 아내손을 꼭 잡아주라고 하였다. 

간호사들 말이 아니었다면, 그 분주한 상황에 아내손을 꼭 잡고 있는게 민망했을것 같았는데, 

아내의 마음의 안정을 위해 그렇게 해줄수있도록 미리 배려해준 점이 고맙게 생각든다. 


곧바로 아내혼자 수술실로 들어가고, 

나 또한 탯줄을 자르러 수술실에 들어가기 위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탯줄을 자르는 방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대기 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실에 들어갔더니, 

드림이가 곧 태어날것이라고, 소독된 수술장갑을 양손에 끼워주고, 손에 가위를 쥐어주었다.

정말 순식간에 드림이가 태어나 울어주었고, 탯줄을 가위로 끊어주었다. 

드림이 처치를 하고 깨끗하게 닦아주시는 동안, 아내에게 고생했다고 위로하는데 아내가 울먹이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산모가 울면 위험하다고 울음을 참으라고 하였고, 

드림이의 정리가 끝나자마자 간호사가 드림이를 아내에게 보여주며, 드림이의 얼굴을 아내의 얼굴에 꼭 붙여주었다. 

짧은순간이었지만, 아내는 이순간이 그렇게 따듯하고 좋았다고 하였다. 

수술대 위에 있어서 드림이를 안아줄수 없었지만, 드림이의 체온을 느끼고, 안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아내와 드림이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드림이와 나는 수술실에서 나왔고, 

드림이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라는 간호사의 말에 나는 사랑한다는 말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 

그리고 플래쉬가 꺼져있는 상황에서 핸폰으로 드림이 사진 찍어주라고 한다.

여러 사진을 찍고, 드림이를 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데도 사실 실감이 나지도 않고, 

아직 수술실에 있는 아내가 걱정되어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들이었다. 


내품에 있던 드림이는 곧바로 신생아실로 옮겨가고, 

난 다시 복도로 나와 마취해 잠이 들어있는 아내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대기하게 되었다. 

이후에 다시 들어오라고 하여 회복실에서 아내의 모습을 보며, 수술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꿋꿋하게 잘 견대며, 드림이에게 초유를 먹여야 겠다고 수유실로 향하는 아내의 모습에 그저 고맙기만 했다. 


우리 드림이가 드디어 태어나서, 건강하게 우리 옆에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하고, 기쁘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직접 겪은 출산의 고통은 아니지만,

아내의 옆에서 함께하며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모두 지켜보니, 

정말 엄마의 힘은 대단한것이고, 탄생은 경이로운것임을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 


비록 남자이기에 직접 경험하고 고통을 대신해 줄수는 없었지만, 

이제 시작된 육아에서만큼은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든든하고 자상하게 있어주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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